Orbi조선생 [112180] · MS 2005 · 쪽지

2015-11-03 23:23:11
조회수 8,482

우리 인생의 치열한 순간들

게시글 주소: https://banana.orbi.kr/0006734785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아마 다들 많이 떨리시겠죠.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날들이 후회되실 수도 있어요.

열흘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하는 생각도 하실 거에요.


그러나. 후회하고, 시간이 멈춰지길 바라기보다는 

치열하게 살아왔던 지난 날들의 여러분을 믿으세요.

이미 여러분들은 충분히 열심히 살아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6개월 전,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潛泳 (잠영)

(그러고 보니, 몇년째 카카오톡 알림말로 쓰고 있네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렇게 풀이되어 있습니다.


잠영 [명사] <운동>

잠수 영법(수영에서, 몸을 물 위에 드러내지 않고 물속에서만 하는 헤엄)’을 줄여 이르는 말.


5월

아마도 이 한달은 수험생 여러분께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겁니다.


뭐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손에 잡히는 것은 없고.

경쟁자들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도 보이지 않는 시기.

당연히 답답하고 불안하겠죠.


수영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저는 사실 수영을 할 줄 모릅니다만.

잠영을 오래, 길게 한 후에 물 위로 올라올수록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펠프스나 박태환 같은 최정상급 선수들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던 까닭을,

많은 전문가들은 그들의 효과적인 잠영에서 찾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 숨막히는 답답함은 바로

여러분들이 "잠영" 중이라서 그런 겁니다.


당연히 지금 여러분들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겁니다.

경쟁자들이 어디쯤 가고 있는지도 보이지 않습니다.

눈 앞은 캄캄하고, 숨을 쉬는 것도 힘듭니다.


그러나 이 기나긴 잠영이 끝나고 난 뒤,

여러분은 더 멀리, 더 빨리 앞으로 치고 나갈 동력을 얻게 될 겁니다.


물 위로 올라가기 전까지, 조금만 더 숨을 참아 봅시다.

그리고 내일도 힘차게 발길질합시다.

수면 위로 머리를 내미는 순간, 여러분께 펼쳐질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


이제, 여러분들은 물 위로 고개를 들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진짜 레이스의 시작입니다.

수능은 우리가 살아가야할 인생의 치열했던 한 순간일 뿐, 절대 전부가 아닙니다.


"이번 해는 망했어"

"내년에 다시 공부할거야"

이런 나약한 생각은 모두 버리세요.


힘겹게 숨을 참으며 달려왔던 지난 시간의 여러분, 스스로를 믿으세요.

그리고 반드시 끝까지 달려갑시다.

여러분 인생의, 가장 치열할 9일간을 응원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