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기차 [477377] · MS 2013 (수정됨) · 쪽지

2024-10-19 23:37:00
조회수 1,299

[칼럼] 수능 점수가 확정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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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생은 자신이 포기각서를 쓰게 될 줄 알았을까?


1. 물거품

살면서 단 한 번도 OMR 마킹 실수를 한 적이 없는데, 수능날 처음으로 OMR 마킹 실수를 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저는 이러한 학생들을 해마다 꼭 만나게 됩니다.



아니 수능이라는 중요한 시험에서 

어떻게 OMR 마킹 실수를 할 수가 있지? 



지금 제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 학생들도 있을 텐데, 수능날 처음으로 마킹 실수를 하는 학생들 중 대다수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은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합니다.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안일함이 결국 참사를 일으키고 말았다며 자책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여러분의 소중한 노력과 시간이 수능 당일 한순간의 착각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안타까움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 포기각서

시험 시작령이 울리기 전에 여러분은 분명 긴장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종료령이 울리기 직전 여러분이 느끼는 압박감에 비하면 그리 큰 긴장감이 아닙니다. 즉, 각 과목의 시험이 시작된 이후 우리의 압박감은 점점 더 고조되어 마지막 순간 극에 달하게 됩니다. 


째깍째깍, 

1분 1초가 나를 압박해 옵니다.


OMR 마킹 실수를 하는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은 딱 한 가지로 귀결됩니다.


가장 압박감이 심한 순간에 가장 중요한 행위를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수능 날에는 여러분이 기본적으로 평소보다 훨씬 더 높은 긴장감을 가진 상태가 됩니다. 그걸 잘 활용하면 각성 상태에서 자신의 최대 역량을 뽑아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이러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면 실수는 한순간입니다.


평소라면 쉽게 판단하고 넘어갔을 선택지도 ‘아 이건 다 풀고 나서 한 번 더 확인해야지’하고 넘어갔는데, 시험 종료 직전 OMR을 마킹하다가 그 문제가 풀려 있지 않은 걸 확인하고는 멘탈이 털려서 급하게 OMR 마킹을 하다 밀려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남은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 착각해서 급하게 OMR을 작성하다가 삐끗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는,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실컷 문제를 풀고 있는데 종료령이 울려 버리는 경우죠.


한 문제만 더.. 한 문제만 더.. 이렇게 평소라면 OMR 마킹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에 마지막 문제를 붙들다가 자신이 이미 푼 문제들을 마킹하지 못하고 종료령이 울리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이때 마킹을 하는 순간 바로 부정행위로 신고 당하게 됩니다.


수능날 수험생 커뮤니티를 보고 있으면 국어 시험 끝나고 시험 포기 각서를 쓰고 나왔다고 하는 학생들 꽤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그렇게 허망하게 수능을 마무리하게 되리라 생각하진 못했겠죠.


실제로 제가 재수생 때 수능장에서 제 바로 앞에 앉은 학생이 1교시 국어 OMR 마킹을 다 하지 못해 좌절한 모습을 제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 학생은 포기각서를 쓰진 않았지만 마지막 교시가 끝날 때까지 시험 치는 내내 괴로워했죠.



3. Pace

여러분이 수능에서 점수를 얻는 순간은 문제의 답을 구한 순간이 아닙니다. OMR 각 칸에 검은색 잉크가 올바르게 찍히는 순간, 그 순간 여러분의 점수가 확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행위를 왜 여러분이 가장 긴장되고 가장 실수를 하기 쉬운 순간, 시험 종료 직전 5분 동안에 하려고 하시나요?


저는 각 과목별로 구간을 나눠서 해당 구간의 문제들을 다 풀고 나면 OMR에 미리 마킹해두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급하게 마킹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넘어간 문제들 때문에 OMR을 밀려 쓰는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두 번째, OMR 마킹을 하면서 풀지 않고 넘어간 문제들이 몇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 둘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중간중간 템포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문제 풀기에 급급하면 점점 더 템포가 빨라지고 나의 페이스(pace)를 잃을 수 있는데, 특정 구간마다 OMR을 미리 작성함으로써 뇌를 환기시키며 나의 페이스를 지킬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행위인 OMR 마킹을 가장 압박감이 높은 순간이 아닌, 여러분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순간에 하시는 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이제 30일도, 4주도 깨졌군요.

마지막까지 힘내서 함께하겠습니다.


이번 주말도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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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이 칼럼을 수능이 며칠 남지 않은 시기에 읽게 되었다면 억지로 루틴을 바꾸진 마세요. 수능 직전 억지로 루틴을 바꾸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니, 욕심내지 않고 종료 10분 전 1차 마킹을 완료하는 정도로 대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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