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Criteria. [140714] · MS 2006 · 쪽지

2012-10-07 23:58:04
조회수 3,353

고1 어린이시절 멘붕 극복기

게시글 주소: https://banana.orbi.kr/0003110113

추가>아 제 닉 부르시기 불편하면 175라고 부르세영ㅋㅋ 뭐 175크리테리아 긴합니다만ㅋ


물론 그 때는 멘붕이라는 단어도 없을 시절이지만...

우리 동네엔 독서실이 세 개 있었드랬죠. 제일 가까운 우리 아파트 상가 독서실은
빨간색으로 써있었어요 간판에, 자지마 독서실
진짜 다면 싸대기 칠것같았어요... 넓어서 좋긴 하지만 뭔가 조명이 어둡고 해서 패스.
세로로 긴 방에 짧은 변쪽으로 들어가서 양변에 쭉 칸막이가 늘어있는데, 가운데 공간이 넓어서
드러누워 자는 사람이(나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찌밤...) 있곤 했죠.

그럼 우리 집 맞은편과 옆 아파트 상가가 남았네. 맞은편 집은 아침엔 산소가 안나와서 뭔가 의지상으로
졸린 느낌이야... 뭔가 산소가 부족해.... 그래봐야 0.1%차인데 뭔가 그냥 불안해...
그래서 옆 아파트 산소 독서실로 갔드랬죠.

저는 기숙사 학교를 나와서, 주말에밖에 독서실을 갈 일이 없어요. 토요일 점심 넘어야 집에 왔다 일요일 저녁먹고 들어가는데뭐.
그래서 한 달치를 끊기는 돈이 ㅈ...ㄹ...이라 보통 하루씩 끊곤 했죠.
근데 예전에 그랬던 기억이 나는거야, 이사오기 전 독서실에선 '10일권'이런걸 팔아서 한 달 안에 쓸 수 있도록!
10일을 따로 끊는 것보다는 좀 싸게. 그렇게 나왔거든여. 그래서 아 여기도 그런게 있으면 좋겠다 해서
카운터에 물어봤죠.

'아 안녕하세요, 저기 죄송한데요 혹시 쿠폰처럼 사서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그런게 있나요?'
'....?? 그런거 없어요'
'아, 제가 사실 기숙사 학교를 다니는데요 그래서 주말밖에 못 ㅇ...'
'그건 그쪽 사정이구요'
'(이어서)오거든요... 아 그래요? 아 그렇구나... 혹시 그렇게 해주시거나 할 순 없나요?'
'네 그런거 없어요'

도시락 들고 밥먹으러 가는 길에 물어본 거였는데
저 '그런거없어요'까진 모르겠는데 내 사정이라고? 꺼지라고 그래서?
와 ㅋ 좀 어이 빠져서.. 밥먹는데 어이가 없더라구요... 내가 그렇게 잘못을했나?

그래서 밥먹고 들어가는 길에 물어봤죠.
'아 저기 그 쿠폰처럼 하는 그런게 원래 없는건가요?'
'아 네 원래 없어요 그런거. 쫌.'
'아...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기숙사를 다녀서... 계속 올 ㅅ..'
'그건 그쪽 사정이구요.'
'(이어서) 수가 없거든요... 아 알겠...습니다.
 음 근데, 좀 말씀이 심하신거 아닌가요?'
'뭐요?'
'아니 그냥 없다고 하시면 되는데, 그걸 굳이 그건 그쪽 사정이라고 말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뭐요? ㅇㄴ 진짜 (ㅅㅂ라고 혼잣말) 들어와봐'
'네?'
'들어와보라고~! 아 나 진짜 존ㄴ ㅅㅂ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 별것들이 다 ㅋㅋㅋ 아 ㅅㅂㅋㅋㅋㅋ'

이러더니 카운터로 들어오라고 하더라구요.
맨 먼저 하는 말이 '너 공부 좀 하나부다?'
공부 좀 한다고, 스스로 잘났다고 끝까지 합리화한다고.
나 오늘 기분도 안 좋은데 진짜 뭐같은 애 만났다고. 그래 어디 한 번 하고싶은 말 끝까지 해보라고.
(ㅅㅂ 그래놓고 결국 끝까지 하게 두지도 않아놓고ㅗㅗ)
그렇게 한 20분을 욕을 먹었어요. 물론 저는 끝까지 입을 다물질않았지^^
환불해주냐고 하길래, 내가 뭘 잘못해서 나가냐고. 저 시험기간이라 공부할거라고 지금 시간뺏긴것도 아깝다고.
물론 그 주말이 지나고 다시 거길 간 적은 없네요^^;


그리고 한 3주가 지났나... 우리 맞은편에 있는 그 아침에 산소가 안 나오는 독서실에 가서
중3때 친구를 만났어요. 이 얘길 했더니 그러더라구요.
'어? 음 거기 그 덩치 크고 안경쓴 그 사람이냐?'
'음... 맞는거같은데 내가 얼굴 기억을 잘 못해서...'
'어 거기 원래 유명해. 그 집 아저씨가 자기네 아들들 공부시킬려고 독서실을 만들었는데
 큰아들이 설의고 둘째아들이 설법이고 막내가 지금 고1인가 그렇대. 근데 둘째가 원래 싸가지가 없대 ㅋ'


뇌리를 스치는 한 마디가 있었어요. 그때 총무실에서 그 총무형이 그랬거든요.
'그래 너가 공부좀 한다고 했나본데, 너가 공부 해봐야 얼마나 하나 보자.
 니가 공부 해봤자 나보다 잘 할것같냐? 됏고 꺼져.'

'니가 공부해 봤자 나보다 잘 할 것같냐?'

'니가 공부해 봤자 나보다 잘 할 것같냐?'


네 그리고 전 320명중에 4등을 했습니다. 도저히 못참겠더라구요.
내가 ㅅㅂ 너 보기싫어서라도 설법은 안간다. 점수가 남아서 설법 버리고 설경 갈거다 이ㅅㅋ야.
굳게 마음 먹었어요. 제 인생 통틀어서 아마 공부로 받은 최고 등수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정말 사실 저때 욕먹고 한 1주일간 화 많이 났는데, 정말 한 학기쯤은
저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공부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힘내요, 내 친구들이 그랬어요. 넌 될 줄 알았다고.
나도 믿어요, 될 거에요. 그리고 됐어요. 라고 말합시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