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GO-ROUND- 문갤 펌
또 한 예수가 인류의 원죄를 사하고자
십자가에 달린 저녁
엄마 손을 잡고 교회에 가서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씨발, 하느님
이 좆같은 세상을 아직도 보고만 계십니까
라고 속으로 기도하는 일은
나에겐 퍽 진지한 일과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웃음의 뒷면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 것은, 모두가 가면을 쓰고 안녕하세요, 그 집 개는 여전히 잘 먹나요, 어휴, 말도 마세요, 요즘 사료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뭐 그런 얘기가 오고 갔던 것 같기도 하고, 나 혼자 거지 꼴을 하곤 어정쩡하게 문가에 기대서 있었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경비의 두꺼운 팔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한 것은, 사방에서 위하여, 더 크게, 위-하-여를 외치고 또 무언가를 위해 잔을 비우고, 누군가 아깝게 먹은 것을 바닥에 펼쳐 놓고 무엇을 위해 잔을 채웠는지 고민할 때, 답을 얻기도 전에 어김없이 다음 건배사는 돌아왔고, 어 그래, 위하여, 에이 목소리가 뭐 그래, 더 크게, 위이이이하아여어어어어를 외치고 또 무언가를 위해 잔을 비우고, 그런 일들도 있었지만 나는 어쩐지 그러기가 싫어졌고, 그러자 모두가 나에게 잔을 들려주려고 해서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기 시작했던가, 사방에서 웩웩 거리는 소리와, 부어라, 더 부어라, 웨이터, 여기 닦을 것 좀 가져와, 빨리, 그런 얘기가 오고 갔던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이 길은 눈에 익은걸, 고개를 들자 경비의 두꺼운 팔이 바로 눈앞에 있었고, 오, 하느님
낡아빠진 교회 맞은편에는 애니콜 모텔이 있었다
언제 어디든, 애니 타임 콜 하면
예쁘게 화장한 누나들이 유리 문을 드나들었고
남자들은 모두들 화장실이 급한 표정이었다
그날 목사님은 타락한 세상에 대해서
무서운 심판에 대해서 땀 흘리며 호소를 했던가,
하지만 나는 늙은 목사님보다
예쁜 누나들을 보는 것이 더 좋았다
아, 나는 다음 생에 부잣집 개새끼로 태어나련다,라고 하굣길에 친구는 말했고 나는 웃을까 말까 몇 초간 고민하다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야, 너는 다음 생 같은 걸 믿냐, 그런 거였고 우리는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지, 그래, 어김없이 수업은 하나도 재미없었고 그해 여름은 지랄맞게 더웠는데, 저 머나먼 이국 섬의 야자수 사진과, 거기서 구릿빛 피부색 여자들이 반쯤 벗고 공놀이를 하는-난 그게 비치 발리볼이란 정식 운동이란 걸 고등학교 때 처음 알았다-모습은 세계지리 책에 가로세로 5 센티미터짜리 컬러 사진으로만 박혀 있었고, 그걸 봐도 북위 삼십 칠도의 여름은 여전히 지랄맞았다, 에어컨도 제대로 안 나오는 교실에서 대가리를 책에 박고 elegant, 우아한, elegant, 우아한, 을 달달 외는 일은 하나도 우아하지 않았고, 그래서 우아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한 결과 어김없이 영어 단어 시험은 죽을 쒔고, 그것 또한 그리 우아하진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엉거주춤 일어났더니, 친하지도 않은 교장이 자기만 벅찬 표정을 하곤, 졸업 축하한다, 그래서 갑자기? 란 생각을 막 했을 때, 나는 한 손에 꽃다발과 한 손에 졸업 증서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 잠깐, 꽃다발에서 향기가 났던가 어쩐지 꽃은 종이로 접은 것 마냥 뻣뻣했고 마치 죽은 사람을 만지는 것처럼, 찰칵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를 갈 때마다
강대상 뒤편 벽에 못 박혀 있었다
그걸 좀 내려드려도 되지 않을까,
가끔은 예수님도 누워서 좀 쉬시다가
다시 십자가에 매달리셔야 하지 않나
엄마에게 말씀드리려다가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예수는 예배가 다 끝날 때까지 슬픈 눈으로 못 박혀 있었다
다들 웃는 자리에서 웃지 않는 것은 다들 우는 자리에서 울지 않는 것만큼이나 중차대한 문제라고, 대학 선배는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화장실에서 설법을 했고 나는 박수를 치려다가 그러려면 먼저 바지 지퍼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미도 없는 농담에 깔깔거리는 모습을 관찰하다 억지로 깔깔거리기 시작했을 땐 이미 웃을 타이밍을 놓친 후였고, 도대체 나보고 뭘 어쩌라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결심한 모임이 끝나고 다른 동기들은 비틀거리면서, 또 어딘가로 가자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정말로, 노래 가사처럼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었다, 그날의 안주는 부모의 등골 조림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건 눈물로 간을 해서 너무 짰어, 싼 맛에 먹는 거지 뭘, 이에 낀 후회를 아직 다 못 빼냈는데 택시는 벌써 와 있었고, 대학 주변에는 언제나 술집과 노래방과 당구장과 볼링장과 피시방과 무인 모텔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그건 6X5X4X3X2X1 칠백이십 가지 조합이거나 그 이상이었으므로 언제나 놀 일은 풍족했다, 젊음을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까울 만큼, 넣어야 할 구멍들이 너무 많다고 사내놈들은 그걸 못 견뎌 했다, 나는 그냥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서 여전히 글을 끄적이다 책을 읽다 노래를 듣다 혼자 해결하곤 했는데, 사내놈들은 그것 또한 못 견뎌 했다
길고 지루한 예배가 끝나면 꼭 목사님 장로님들과
길고 지루한 악수를 해야 했다
사실 딴생각만 하다 끝나버렸지만
나는 가능한 한 가장 엄숙한 표정으로
목사님의 손을 맞잡곤 했다
그러면 모두가 편안해 했으니까,
편안한 것이 좋은 것이란 사실을 믿는 동안
사는 일은 늘 뭔가 부족하거나 썩고 있었다
세상이 거대한 동물의 왕국 같았다, 어디를 가나 약한 놈은 강한 놈에게 잡아먹히거나 제 손으로 제 살을 떼 주어야 했고, 거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놈은 없었다-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선 우선 제 손으로 제 살을 떼 주는 일이 없어야 했기에-남은 놈들은 힘센 놈이 배불리 먹고 낮잠을 자는 동안 먹다 남은 살코기를 놓고 죽고 죽이곤 했다, 어린 것들은 여전히 갈 바를 알지 못했고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으므로, 갈 바를 모르는 채로 새끼들은 컸고, 갈 바를 모르는 채로 죽었다, 그걸 못 견뎌한 이들만이 제 손목을 물어뜯고 죽었지만, 그들은 갈 바를 알았는지 나는 모르고, 내가 아는 것이라곤 그들이 대개 착하게 풀을 뜯던 이들이란 것뿐이었는데, 그게 죄가 된다는 걸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살기 위해서는 뛰어야 했고, 나는 꽤 열심히 뛰었다, 그게 깊고 어두운 아가리를 향한 것이었단 걸 알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여전히 사는 일은 추악했고 비할 데 없이 더러웠고, 그 틈바구니에서 악다구니를 쓰고 기어오르는 것들을 마주 보는 것은 애처로워서, 나는 구덩이를 파고 대가리를 박았고, 그러면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탁한 어둠에 잠시나마 숨을 수 있었다, 물어뜯기는 놈들의 비명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지만
하느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누군가는 그 침묵을 사랑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누군가는 대답을 해야 했다, 이 미친 세상이
사실은 다 철 지난 만우절 같은 거라고,
그러나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므로 질문들은 바닥에서 썩었고
그 위에 새로운 질문을 심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썼다, 생각들은 잘 정리되지 않았고 횡진으로 왔다가 종심진으로 떠나갔고, 나는 볼품없이 허우적거리다 진흙탕에 코를 박았다, 그건 표적도 없이 던지는 돌팔매 비슷한 글들이었고, 뭘 어쩌자고 쓴 것이라기보단 뭘 어쩌자는 거냐고 쓴 것이었으므로, 수신인을 명기하지 않은 투서 비슷한 것이었고, 이것이 시가 될 것인가,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로 한 단어를 써넣고 기진맥진한 날들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이제 그만 보고 그만 듣고 그만 옮겨 적고 싶었고, 그게 도저히 안 될 것 같을 때 다시 남은 단어들을 적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도시에 시체들이 넘쳐나고 있는데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모두가 눈먼 사람들처럼, 누군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동안 이미 죽은 사람을 더듬고 끌어안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질문들을 허공에 던지고 나서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때, 가끔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하느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십시오*
우리가 우리 하는 일을
알지 못함입니다**
*마르코(마가)복음 10장 48절 변형
**루카(누가)복음 23장 34절 변형
출처: (사이버문학광장 글틴) https://teen.munjang.or.kr/archives/108702
(디시인사이드 문학갤러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literature&no=175446&page=3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언문독 언독문 0
국어 순서 어케하심?
-
수특 독서 경제 지문 고3이 소화할 수준 맞아...? 0
국어 강사가 막 수특 독서 1회독 끝냈는데 드는 생각이, 다른 분야는 몰라도 경제...
-
탈르비 하신건가요..
-
추합 0
건대 가군 추합 2배수 도는건 기대하기힘든가요 ㅠㅠ
-
누가 연세대 vs 서강대 특정과 선호도 물어본 글에 며칠후에 우연히 다시...
-
49→125명 증원해놓고… 의대 실습실 확충은 ‘0’ 1
“지난해와 비교할 때 실험실, 해부학 실습실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교원 충원도...
-
엥 고려대 기숙사 정시 원서 쓸 때 선택하면 끝 아님? 0
뭘 더 했어야 하는 거였나요 뭐지 좆됐는데
-
현역 수능: 56353 재수: 43322 지금은 추합기다리고 있고 사실은 재수때...
-
맛잇네여
-
설사범 뭐 내신이 BB인게 잘못이야 아니면 내가 면접을 못한거야 이유가 뭐야 시1발...
-
설마 이걸 몰라서 뉴런을 듣진 않을거 같애
-
경희의vs한양의 0
넷상에서는 둘 다 완전 비슷비슷하다고 하는데 또 주위 사람들은 무조건 경희의가 더...
-
텝스 질문 0
청해 부분 대화 질문 문제 선지까지 다 듣기로만 주는거로 아는데 메모지 같은게...
-
부담스럽다하면 바꿔주시나요?? 좀 일찍가는데 걸리면 조질거같은데
-
과외에서 국어 문법 가르칠 때 학년별 차이점이라면... 0
어차피 중3이나 고3이나 배우는 문법 개념은 똑같음 근데 차이점이 있다면 의존명사...
-
ㅇㅂㄱ 2
-
2026 인서울 의과대학은 물변표인가요 불변표인가요? 0
변표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데, 25수능 정시전형까지는 서성한이 대표적으로...
-
시대 vs강하 0
목동 강하 장학 받으면서 시즌0하고있는데 시대붙었는데 시대가는게 나은가요? 강하에서...
-
ㅈㄱㄴ
-
시간아 빨리가줘
-
96 96 1 98 96인데 CC이면 설인문이나 가장 낮은곳 되는학과ㅠ있을까요?...
-
언매 인강 추천 1
언매 유베이스 기준 언매GOAT 강의가 뭐임?(시대,두각 포함) 언매올인원,...
-
버스 놓 0
Chill 뻔...
-
얼?버기 2
글 리젠 속도 와이러노 암튼 기상 성공
-
드디어..!
-
참 슬퍼
-
기차지나간당 10
부지런행
-
얼부기온앤온 6
-
ㅇㅂㄱ 4
하이룽
-
특정안당할려고 이악물고 대학 이름 말안했는데 결국 당했네 난 순수한 사람이야 。◕‿◕。
-
믿습니다 티웨이 0
눈보라 때문에 비행기 안뜰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걸 보내주네 ㅋㅋㅋㅋㅋㅋ
-
얼버기 3
응..
-
기차지나간당 4
부지런행
-
만약 과제로 수특 변형문항이 제공되었을때, 어느정도 난이도와 변형정도를 원하시나요?...
-
알바 문의 문자로 했는데 한달만에 답장이 왔네용 근데 제가 알바 꼭 해야 하긴...
-
얼버기 1
안녕하세요
-
도로에서 잠자는 것 같아요
-
겁나 mz한 발암캐가 생겨서 하차했어요 중독수준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건 좋은건가..
-
가난이 군대같이 오리라
-
진로고민만 하다가 일단 공부 시작하니까 행복해요 근데 이제 시간이 잘 시간이ㅡ아니라...
-
대전 근교 살아서 대전에서 재수해야됨 기숙은 작년에 윈터썸머 갔다왔는데 정신병만...
-
방금닦은곳 다시 발자국생김ㅋㅋㅋㅋㅋㅋ ㅌㅋㅋㅋㅋㅋ
-
큐브에서 수시,정시 관련 상담 해주실 선생님 계실까요..?ㅠㅠ혼자 공부하는데...
-
자자 0
-
기균 나군 2명 뽑음 (얼마전에 올렸는데 데이터 추가해서 다시 조사합니다 불안하기도...
-
외롭기 때문에 공부해야하고 대학교 가면 다 좋아질까 동아리 활동이던 과 생활이던 다...
-
지방수 갈 수도 있을거 같아서 기숙사 드가기 전에 미리 사려는데 어떤게 좋을까용.?...
-
안녕하세요 :) 디올러 S (디올 Science, 디올 소통 계정) 입니다....
흐 탕수육 부어먹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