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란 무엇인가? -5편
“학습은 과학적이며 효율적이어야 한다”
제가 결국 이 시리즈에서 하고싶은 말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한정된 자원과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무감각합니다.
3편과 4편에서 알고리즘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알고리즘은 곧 학습이고, 알고리즘이 제대로 세워지면 그것이 곧 학습을 제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로 설명하는 학습방법이 좋다고 하는 EBS. 필자 또한 이 부분에 긍정하며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그렇다면 ‘좋은 알고리즘’은 무엇일까요? 어떤 문제의 답을 구할 때 이 세상에는 수만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에 갈 때 KTX를 탈 수도 있고, 비행기를 탈 수도 있고, 걸어서 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긴 하겠지만, 각각의 방법들은 소요시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우리는 수험생으로서 이 방법 중에 어떤 방법이 제일 좋을까요? 시간이 제일 적게 걸리는 비행기가 맞다고 봅니다.
좋은 알고리즘은 효율적인 알고리즘입니다. 수많은 자료더미 속에서 내가 원하는 어떤 자료를 찾을 때, 정말 다양한 알고리즘들을 쓸 수 있습니다. 어떤 알고리즘은 무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 대조하면서 원하는 자료를 찾기도 하고, 어떤 알고리즘은 확률에 의거해 중간에서부터 시작해서 맨 끝으로 찾아가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결론을 얻을 때, 어떤 알고리즘을 쓰느냐에 따라서 소요시간이 달라집니다.
좋은 알고리즘은 소요시간과 자원소비가 적습니다. 한마디로 빨리 결론이 나오고, 컴퓨터가 전기세를 덜 처먹는 효율적인 과정이 좋은 알고리즘입니다. 우리는 학습을 하면서 반드시 좀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세우는 것을 지향해야 합니다.
우리는 시험을 칠 때 시간이라는 압박을 받습니다. 국어가 되었든 영어가 되었든 시험시간이 넘쳐 남아도는 학생을 별로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 짧은 시간에 쫓겨 완벽하게 풀지 못하고 찍는 상황도 생깁니다. 우리는 평소 자습시간에 연습을 하면서 고민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적은 시간과 적은 자원(뇌에서 쓰는 에너지)을 써서 효율적으로 답을 도출할 수 있을까?
저는 시험이 우리에게 압박을 주기 때문에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세워야 한다고 했지만, 반대로 압박을 받을 때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세울 수 있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예시를 몇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끝마칠 무렵에 친구들과 같이 ‘식용달팽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절감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집필한 적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식용달팽이를 활용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연구인데, 연구 중에 한가지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는 영재고나 과고가 아닌 일반고라서, 이러한 특수 활동에 대해서 지원이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모든 연구비를 충당해야 했습니다.
식용달팽이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점 때문에, 식용달팽이 관련 물품은 매우 비싸게 거래됩니다. 당시 우리가 식용달팽이를 사육할 사육장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크릴로 만들 생각을 해서 견적을 뽑아보니, 무려 사육장만 20만원이라는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당장 저희 용돈이 걸린 문제이니까, 저희는 아주 큰 압박을 받고 자연스레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돈을 줄일 수 있을까?
그 결과 나름대로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크릴로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 사육용 플라스틱 통을 구매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통의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거든요. 그래서 좀 더 고민한 결과, 농장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업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20만원의 비용은 5만원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제가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만약 그때 우리가 비용에 관한 절박하고 강한 압박을 받지 않았었다면 그런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영재고라던지 특별한 기관에서 출자해주는 지원을 받았더라면 이러한 좋은 방안을 찾아볼 필요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압박을 받을 때, 우리는 좀 더 효율적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대학교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제일 구리고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만약 좋은 컴퓨터로 작성을 하다면, 최적화가 어려울 것입니다. 비효율적인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 해도 적당히 돌아갈 것이니, 연구자들은 특별히 지금 상황에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압박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연구결과물은 다소 효율이 떨어지는 안좋은 알고리즘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아주 성능이 떨어지는 고물 컴퓨터를 연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이거나 자원을 많이 잡아먹는 알고리즘은 당장 컴퓨터에 블루스크린을 띄울 것입니다. 결국 연구자들은 자연스럽게 좀 더 효율적이고 빠른, 좋은 알고리즘을 얻기 위해 압박을 받게 됩니다.
결국 시험이라는 것도 한정된 자원과 시간의 싸움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여기서 나오는 학생들은 보통 저를 포함합니다)은 자습시간에 아주 편안하고 여유있게 공부하고 학습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여유롭고 시간 많은 상황에 학습한 알고리즘은 시험에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막상 시험을 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악물고 기를 쓰며 풉니다. 평소에 자습시간에 그런 압박을 받으며 현실적인 알고리즘을 잘 세운 학생은 시험시간이 매우 편할 것입니다. 평소 하던대로만 그대로 따라가면 되거든요.
반면 막상 공부를 하고 학습할 때 느긋함과 여유를 즐긴 학생들은, 평소 공부한 내용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연습을 곧 실전처럼 해야합니다. 고수들은 연습을 실전처럼 하고, 이 덕분에 실전에서 더욱 빛날 수 있는 것입니다.
세간에 나온 다양한 기출문제집들의 해설을 보면 매우 장황하고 깁니다. 몇 번 읽어보아도 이해되기 어려운 말을 쓰기도 하고 내용이 산만한 경우도 많습니다.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무조건 길고 두꺼운 해설이 좋은 해설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국어에서 비문학을 시간에 쫓기며 찍듯이 풉니다. 반면 대부분의 국어 선생님들은 너무나도 여유롭고 장황하게 한 지문을 해설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한 지문을 1시간동안 해설하는 선생님도 보았습니다. 절대로 그 선생님의 논리로는 제한시간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실전에 맞는 효율적인 풀이, 효율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만약 국어시험이 80분이 아니라 800분 동안 치르게 된다면, 제가 이런 글도 쓸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뭐 이해 안되면 한 10번 다시 읽으면 되지. 각 문제들의 선지를 어떻게든 찾아주겠어! 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8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즉 우리는 80분 안에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국어를 풀 수 있는 알고리즘을 제대로 학습해야 합니다.
우리는 좀 더 효율적인 과정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자습시간에 스스로 가진 알고리즘을 좀 더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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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작 77점이면 몇등급인가오... 상상 사이트 안들어가져서 아시는 분 있을까용
본인이 쓰신 글인가요?
넵 동일한 내용으로 네이버 카페 에 올렸습니다
좋은글인데 묻히는게 아쉽네요
나중에 각 글을 요약해서 한줄 통합본을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언과 평가 감사합니다. 제가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식으로 기고하는 것이라서 실험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여러가지 피드백 이후 좀 더 좋은 수준으로 뵙겠습니다
이제 읽었네요 5편까지 읽다보니 제대로 된 알고리즘 학습방법이 궁금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