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el [225872] · MS 2008 · 쪽지

2010-02-13 03: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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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고3의 수기 ^^;(1. 2009년 3월 ~ 수능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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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일반고 요번에 졸업했습니다.
고2 초반까지는 학원 조금 다니다가 끊고 독학 결심하고
고3때는 학원수업, 인강 안 듣고 과외 안 하고
Only 독학의 길을 걸었습니다.(어디서 자랑질? ㅋㅋ)


부디 허접하지만 이 수기가 많은 수험생들에게 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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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떨리는 마음으로 3월 교육청을 치게 되었고
그 때 기억으로 내 등급은, 111 1112였다(지I - 수능 때 선택 안 함)
근데 나는 그 모의고사와 학교 등수를 보고 자격지심을
나도 모르게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3월 초에 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고2때 나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들이 장학금을 받는 것을 보고
내 딴에는 열 받아서 4시간 자면서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근데 그 수면 습관과 겨울에 물리 대회 핑계로
공부를 소홀히 했던 것이 겹치고 겹쳐서,
내 성적은 점점 하향 곡선을 타게 되었고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4시간 자는 건 나한테는 무리라고.
그래서 다시 6시간정도씩 자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평일과는 달리 6~8시간씩 잤다. 피곤했기 때문에.
그렇지만 성적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허둥대던 사이 6월 평가원을 보게 되었다.
평가원 등급 자체는 232 2112였던 거 같다.
시험 볼 때 언어는 어려웠다고 느끼면서도
나는 내심 무심한 척 수리를 풀었고,
그 날따라 이상하게 밖에 1,2학년들 떠드는 소리에 신경써서
수리를 풀 때 집중이 전혀 되질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리 풀고 점심 먹을 때도
반 친구들이 '잘 봤나 보네' 라고 할 때도
나는 속으로는 엄청나게 불안해 했고,
항상 1이었던 수리가 3이 떴던 것이다.

좌절했다. 특히 그 다음에 봤던 교육청(7월이었나? 기억이;;)에서
나는 심지어 언어, 외국어 시간에 '졸아서' 두 과목 다 80점대가 나왔다.
'졸아서'라니, 말이 안 된다. 여태까지 모의고사 때 졸아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나는 여름 보충수업 시작하기 전에 주어진 방학기간 중에
하루 내어서 연세대를 다녀왔다. 거기서 친척형을 보았고,
그 형에게 정말 많은 조언들을 들었다.
그 조언들 중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면,(이건 모든 수험생에게 중요할 듯?)

"만화 더 파이팅을 보면 파이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인파이터(infighter)와 아웃복서(outboxer).
인파이터는 상대방을 쫓아가면서 한 대라도 더 때리려는 타입이고,
아웃복서는 상대방 주위를 맴돌고 계속 움직이면서 틈을 노려서 치는 타입이다.
근데 너는 내가 봤을 때 체력이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잠은 푹 자 가면서, 쉴 때는 푹 쉬고 공부할 때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괜히 체력도 안 되는 녀석이 4시간씩 자면서 그러면 안 된다.
물론 그 중에서는 그게 되는 애들도 있겠지(실제로 내 주위에 있었다. 문과생인데.)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게 아니란 얘기다. ㅋ 물론 인파이터가 체력이 박지성급이면 짱이겠지만.
(내가 운동 안 하고 살 찌는 거에 대해 걱정하는 걸 그 형에게 말했다.)
살 찌는 거? 지금 살 좀 찌는 거하고 대학 가는 거하고
어느 쪽을 택할래? 괜히 운동했다가 체력 낭비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잠이라도 자라
모의고사 보다가 졸았다는 게 말이 되기나 하니?"

당연한 말이었다. 그런데 나는 고3 들어서는
그런 당연한 것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그 하루 갔다온 것을 뒤로하고
나는 방학 내내 All 자습을 원해 보충 수업을 듣지 말까 생각했지만
여러 조언을 들어 결국 보충 수업은 듣게 되었고,
여름에도 그 이전보다 더 열심히 하며
9월에는 성적이 제대로 나올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2009년 9월 3일
이날 시험 볼 때도 잠은 제대로 자고 갔으며
시험 전에도 볼 것들은 봤다.
나름 성심 성의껏 준비했으며
이번에는 잘 될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리 때 또 문제 풀면서
알게 모르게 시간낭비도 하고 푸는 것도 막혀버린 것이었다.
결국 등급은 242 2222가 나와버렸다.

원점수는 대충 6, 9월 모두
수리가 50점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리 때문에 친했던 친구들에게도
신세한탄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며
고3 담임선생님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고
심지어는 상담(!)까지도 받게 되었다.

수시철이 되자 담임 선생님께서는
어차피 수시고, 교육청, 사설은 괜찮은데 평가원 수리 때문에
수시를 평가원 기준으로는 좀 높게 써보자고
하셨고, 심지어는 서울대 특기자(지금 생각해봐도 무리..)를
권유하셨다. 혹시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몇 주일을 수업 빼먹고 야자 빼먹고
설렁설렁 자기소개서와 첨부서류를 정리했고,
전컴에 지원하게 되었다(이것은 물론 캐상향!!)
나머지 수시는 성균관대 공학계열,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 한양대 융합전자공학
이렇게 4개를 썼다. 연대는 수능 전 논술이라 포기했다.

그리고 10월
모의고사 참 많이 봤다. 정말로
10월 한 달에 3~4번은 본 것 같다.
10월 교육청을 처음으로 나는
원점수 440대를 수능 전까지 맞았다.
443, 442, 444, ... 뭐 이런 식이었다.

수능 전에도 언어영역에서
믿었던 기술자 君 말씀대로
언어 뿐 아니라 전 과목 6, 9월 평가원을
계속 풀었다. 정말로 몇십 번을 풀었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다.
주위 친구들의 그거 이미 본 건데
왜 푸냐는둥 하는 소리를 신경쓰지 않고
정말 아버지 사무실에서까지
시험지를 프린트해가면서 풀어댔다.

그렇게 계속 푸니까
수능이 6, 9월과 비슷하다면
어떤 문제들이 나올지 수리영역에서만 예상했고
나머지 과목은 이렇게 나올 때는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풀었다.
어떤 유형에 어떻게 풀며
비단 평가원 만이 아니라도
EBS 문제집, 타 문제집들에서 어떤 부분이 약하며
어떤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
짤막하게 한 줄 씩 적어둔 것을 모아두며
틈날 때마다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준비하는데,
수능 몇 주 전에 분위기 때문에
학교 옥상에서 운동을 좀 하다가
수능 바로 1주일 전에
내가.. 신종플루에 걸려버린 것이었다.

진단을 받고 학교에 나가지도 못 하고
타미플루를 먹으며 정말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나마 한 건 풀었던 것만 살짝살짝 봤고
하루 전에는 그나마 컨디션이 괜찮아져서
풀진 않고 정리해 둔 것만 훑어 보았다.
그리고 저녁에 찾아오신 삼촌을 뵙고
나는 저녁 10시에 따뜻하게 자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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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늦은 시간이라 피곤하네요 ㅠㅠ
오늘이 설 연휴 첫 날인데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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