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무제
첫 글자를 쓰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머릿속의 생각을 옮겨 적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것이 뭔가를 더 좋게 해주지 않을까란 일말의 기대감에 기인한다. 언젠가 이글을 다시 봤을 때, 웃음이 먼저 나오길.
하기 싫다. 싫다. 공부를 하는 것은 습관이다. 3년간 해온 일상이다. 1년 정도 더 하는 것은 큰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공부를 한다는 사실이 아닌, ‘재수’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이토록 괴롭게 만드는 것이리라. 나는 왜 1년을 더 해야 하는가. 나는 작년을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이것이 자만일수도, 아직 내가 헤어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에서 벗어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그곳에 빠져 죽으리라. 그 밖의 현실이 어떤지 짐작이 가기에. 나의 모든 것, 해온 일들, 그것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시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나 지나친 시련은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생각하는 것이다. 죽는 게 낫지 않을까? 3자의 입장에서는 이것이 단순히 우울증에 의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나는 이것이 평범한 우울증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우울증 치료의 1단계인, 우울증을 자각하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철저한 객관화라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여하튼 이 ‘우울증’이 다른 우울증과 무엇이 다르다 묻는다면, 내가 별로 심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내 마음은 호수요. 맑은 물에 혹하여 발을 담그었다면 깊고 깊은 물속에 잠기리라.
공부는 잘 되고 있다. 신곡을 들으며 푸는 수학만큼 신나는 일은 없다. 그날따라 공부가 더 잘 된다면 더더욱. 그러나 이따금씩 눈을 뜨는 성찰의 시야는 묻는다. 왜 이걸 하고 있을까? 내게는 꿈이 있다. ‘있었다’라는 표현을 쓰기엔 아직 이르다.
소박하지만 거창한 꿈.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나는 이름을 남기자. 세상을 바꾸고 내가 왔다갔다는 흔적을 남기리라. 궁극의 자아실현의 욕구임이 분명한 이 꿈은 매슬로우(?)의 피라미드를 뚫고도 남지 않을까. 우스운 것은 이 글을 쓰면서도, 나한테 문학적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일말의 기대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적 재능은 몰라도, 넌 잘하면 베르테르 정도는 될 수 있을거야.
펜이 움직이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보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았다. 결국 이 글을 쓰게 한 근원적 동기이자 질문 ‘나는 왜 사는가’는 미지로 남아있다. 안 아프게 죽는 방법은 없으려나. 세상은 너무 가혹하다. 마지막을 쉽게 선택할 수 없게 한다는 것은 그 악독함의 극치이다. 타나토노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약, 고통없이, 빠르게 인생을 재시작, 왜 아무도 이 약을 만들어 팔지 않을까. 마약보다 잘 팔릴 것 같은데. 현실을 벗어나는 데에는 마약보다 효과도 오래가고, 부작용도 없고, 남한테 피해도 주지 않잖아?
딱히 당장 이글을 쓰고 자살하려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저 다시 살아갈 이유가 필요하다. 수능을 망친 후 잃어버린 나의 이유. 나의 목표, 꿈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나 그것이 수억광년이나 떨어져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카로스가 본 태양은 달랐을 것이다. 그가 열망하며 올라갈 때와는.
새벽이라 감성포텐 터져서 주저리주저리 써봅니다. 뭔가 다른 사람과 이 기분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르비가 재수생이 가장 많은 사이트 아니겠습니까 ㅋㅋ 재수시작한지 벌써 4달인데 적응이 된듯하면서도 안되네요. 재수를 막 시작할때의 절망감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감성과 멘탈이 같이 터지면 비정기적으로 오겠습니다, 굳밤.
p.s.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부끄러울것 같지만... 새벽뽕에 취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전 그냥 평상시 하던대로 하는중이라.... 전날만 6모 보고 정리한거 보고 할듯
-
영어 빈칸은 0
몇번으로 찍는게 베스트인가여 4문제 한번허로 밀건데
-
늦게 가면 몇시까지는 가야할까요??
-
약속의 리만합 0
나와도 부등식 세울겁니다 선생님
-
설사 방지약 그런거 있나 긴장하면 배 자주 아파서
-
유명 재종에서 강사가 스트레이트 7수생 이야기 해줬었는데... 1
진짜 있었구나...
-
22 수능 - 불수능 + 생2 오류 23 수능 - 탐구 불 25 수능 - 사탐런, 의대증원
-
고3때 동국대 붙었을때도 동국대 뱃지 있었으면 이거 끼고 오르비 했을 것
-
초고난도의 번역에, 갑작스러운 전화통역에, 또 1시간 통역 과외에, 또 체력단련 겸...
-
개같다고 느꼈던 지문들이 다잇군요..
-
지난주 금요일 4개 오늘 8개 내일 3개만 더 풀면 끝나겠다 히히..
-
오늘은 이런저런 시간을 알차게 보냈습니다 공부는 낼부터 또 달리겠습니다 다들 남은기간 힘내세요!
-
을: 여행을 좋아하여 ‘ㅇㅇ은행 사내 여행 동아리’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ㅇㅇ은행...
-
팩트는 시선 방향 40도만 틀어줘도 헬게이트 열린다는 거임.
-
평소보다 아침 일찍 먹으니까 금방 배고파질듯한데 초콜릿이나 쿠키같은거 까드시나요
-
모고 볼 때 탐구 시험지를 가릴 때 omr을 가로로 놓아서 가리는 사람도 있고...
-
여캐일러투척 6
역시 카구야는 귀엽군
-
근데 진짜 쓸모없네 그 시간에 국어나 쳐할걸 약간은 후회된다
-
미적 27번 1
9모 27처럼 쉽게나왔으면.. 아니면 무등비 부활시켜!!
-
선배 혹시... 수능 시험지도?
-
올해는 뭘까 혹시 20번에 박아둔다던가 그럴 생각은 아니겠죠? 22번은 무난한...
-
앞으로 국어 1
감만 유지하고 공부량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는데 하루에 기출 문학 독서 2지문씩만...
-
ㅅㅂ 제목 그땐 보였는데 왜 이번엔 안 보얐지.
-
살짝 A 급 소설 호소인 느낌임 걍 뭐라해야하지 고전소설 특 꿈꾸고 우연히 만나고...
-
생윤 질문 ㅠ 0
롤스: 사회 구성원 모두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분배만이 정당하다 O 이번 6모...
-
2년 간격으로 그게 나오겠냐?? 이번 수능에 나오면 4수함
-
88만 줘라 1
더는 안 바람ㅇㅇ 22 28 30만 틀리자
-
쉬운문제든 어려운 문제든 똑같은 논리로 접근해야한다
-
현역 -> 동국대 성적 나옴 안감 재수 -> 윤사 블랭크 이슈로 외대 어문 ~ 동국...
-
이모다시즌 2 둘다 10회 까지 나갔고 지금 파이널 실모하는중인데 40점 초반...
-
8번 지수로그 밑변환 계산 9번 절댓값 적분 A넓이-B넓이 계산더러운거 10번 도형...
-
가능한가요…? 친구 세계사 선택인데 9모 4에서 하루이틀 세네시간ㄴ씩 벼락치기하고...
-
※ 내년 수능 준비 ※ 수1 : 사인,코사인법칙 빼고 개념 다 기억납니다.. 3점...
-
안녕하세욤! 이번에 오빠계정 이어받아서 대성패스 샀는데 대성패스 구매하신분중에...
-
글지움 1
있다:없다 18:12
-
약속의 홀수학년도
-
요즘도있으려나
-
작년엔 걍 ㅈ됏다 이 생각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좀 더 초연해진 느낌? 드디어 이게...
-
N축 삼도극 ㄱㄴㄷ 무등비 다 내면 어캐됨 ??
-
며칠전부터 좀집중하다보면 속울렁거림 참고했는데 수능때까지 이럴순없겠다싶음 타이레놀은...
-
혹시 뭐가 더 어려운지 알 수 있을까요
-
아........
-
사탐러중에 3
사탐땜에 발목 잡히는 사람 나뿐일듯
-
https://youtu.be/y4sZhrw9G_Q?si=aMVcO9h0Ny_hctc...
-
K-NN 알고리즘 SVM 얘네들 유력인가요? 이감 중요도 꽤 높긴하던데…
-
드가자
오... 글 잘쓰시네요오...